운동을 끝냈는데 혈압은 오히려 내려간다, ‘운동 후 저혈압’ 때문이다
운동하는 순간에는 심장이 더 많은 혈액을 근육으로 보내기 때문에 심박수와 수축기 혈압이 올라간다. 그런데 운동을 멈춘 뒤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운동하면서 확장된 근육의 혈관이 곧바로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않고 일정 시간 넓어진 상태를 유지하면서 혈관 저항이 감소하고 혈압도 운동 전보다 낮아지는 것이다. 이를 ‘운동 후 저혈압(post-exercise hypotension)’이라고 한다. 특히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어 규칙적인 운동이 혈압 관리에 좋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중요한 것은 이 효과가 운동을 끝낸 직후 몇 분으로 끝나는 현상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시험들을 종합한 연구에서는 지속적인 운동 훈련이 24시간 활동혈압까지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15개 연구, 고혈압 환자 910명을 분석했을 때 운동은 24시간 평균 수축기 혈압을 약 5.4mmHg, 이완기 혈압을 약 3.0mmHg 낮췄다. 낮뿐 아니라 야간 혈압에서도 감소가 관찰됐다. 결국 운동 한 번이 만드는 일시적인 혈관 변화가 반복되고 장기적인 심혈관 적응이 더해지면서 혈압 관리 효과로 이어지는 셈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운동 후 혈압 감소 폭이 하루 중 언제 운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연구에서 나타났다.
아침에는 원래 혈압이 올라가는 시간대, 운동 효과가 일부 가려질 수 있다
사람의 혈압은 하루 종일 일정하지 않다. 잠을 자는 동안 비교적 낮아졌다가 잠에서 깨어 활동을 시작하는 아침에는 상승하는 일주기 리듬을 보인다. 이 시간에는 교감신경 활동과 여러 생리적 변화가 함께 일어나면서 심박수와 혈압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똑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더라도 아침 운동 직후에는 운동이 만들어내는 혈압 감소 효과와 아침의 자연스러운 혈압 상승 흐름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전고혈압 남성을 대상으로 오전 7시30분과 오후 5시에 각각 45분간 자전거 운동을 실시한 무작위 교차시험에서도 연구진은 이런 점을 조사했다. 결과적으로 운동 자체가 만드는 순수 효과를 같은 시간대의 휴식 조건과 비교했을 때 저녁 운동 후 혈압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났다. 연구진 역시 아침 운동의 혈압 감소 효과가 아침 시간대의 자연스러운 혈압 상승에 의해 가려질 가능성을 설명했다. 따라서 ‘아침 운동이 혈압을 높인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아침 운동도 혈압 관리에 유익하다. 다만 혈압이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아침보다 오후나 저녁에 운동했을 때 운동 후 혈압 감소가 더 선명하게 나타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녁 운동에서는 교감신경 활동과 혈압 조절 기능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최근 연구에서 더 흥미로운 부분은 단순히 운동 직후 혈압 숫자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4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고령 고혈압 환자들이 오전 7~10시 또는 오후 5~8시에 10주 동안 주 3회, 45분씩 중강도 자전거 운동을 했다. 연구진이 근육 교감신경 활동과 압수용체 반사 민감도를 측정했더니 저녁 운동군에서 교감신경 활동이 감소하고 압수용체 반사 민감도가 개선되는 변화가 나타났다. 반면 아침 운동군에서는 같은 정도의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교감신경은 긴장하거나 활동할 때 심박수를 높이고 혈관을 수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며, 지나치게 활성화된 상태는 고혈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압수용체 반사는 혈압이 갑자기 오르거나 내려갈 때 몸이 이를 감지해 심장과 혈관을 조절하는 일종의 자동 혈압조절 시스템이다. 즉 저녁 운동을 꾸준히 했을 때 단순히 칼로리를 소모한 것을 넘어 혈압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의 작동 방식 자체가 유리한 방향으로 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오후~저녁 운동의 혈압 효과를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로 주목받고 있다.
10주간 똑같이 운동했는데 저녁 운동군의 혈압 감소가 더 컸다
시간대 차이는 장기간 운동을 지속한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약물치료를 받는 고혈압 남성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참가자들을 아침 운동군과 저녁 운동군, 대조군으로 나눠 10주 동안 관찰했다. 운동군은 주 3회, 45분간 중강도 자전거 운동을 했다. 운동의 종류와 기간은 같았지만 결과는 완전히 같지 않았다. 저녁 운동군에서는 진료실에서 측정한 수축기 혈압이 약 8mmHg, 이완기 혈압이 약 3mmHg 감소했고 24시간 활동혈압의 수축기 혈압도 약 3mmHg 감소했다. 연구진은 저녁 운동에서 나타난 혈압 감소가 전신 혈관 저항 감소 및 자율신경 조절 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에는 60세 이상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비슷한 방식의 연구도 진행됐다. 54명을 오전 7~10시 운동, 오후 5~8시 운동, 대조군으로 나눠 10주 동안 살펴본 연구에서도 운동 시간대에 따라 혈압과 혈역학적 반응에 차이가 나타났다. 결국 현재 연구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운동 강도를 무조건 높이는 것만이 혈압 감소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운동이라도 몸의 일주기 리듬과 맞물리면서 효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오후 5~8시가 ‘혈압 운동 골든타임’일까
현재 연구 결과만 보면 오후에서 초저녁 운동은 충분히 시도해볼 만하다. 특히 앞서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유리한 결과가 나온 장기 연구에서는 주로 오후 5시부터 8시 사이에 운동했다. 하지만 이를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골든타임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2026년 발표된 아침과 저녁 운동의 혈압 효과에 관한 무작위시험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장기간 운동의 경우 고혈압 남성에게 저녁 운동이 수축기 혈압과 평균동맥압 감소에서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포함된 연구 수가 적었다. 단기간 운동 연구에서는 결과가 서로 달랐으며 여성에서는 오히려 아침 운동이 유리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또 2023년 성인 대상 급성 운동 연구들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아침과 저녁 운동 사이의 수축기·이완기 혈압 감소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반면 2026년 625명을 포함해 운동 시간과 심혈관·대사 효과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오후·저녁 운동이 일부 혈압 지표에서 아침보다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아직 연구가 한 방향으로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따라서 현재 근거로는 ‘혈압을 낮추려면 반드시 저녁에 운동해야 한다’보다 ‘고혈압 환자, 특히 남성을 대상으로 한 일부 연구에서 오후~저녁 운동의 혈압 감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시간보다 먼저 챙길 것은 꾸준함, 빠르게 걷기부터 시작해도 된다
혈압 관리가 목적이라면 오후~저녁이라는 시간대보다 더 확실하게 근거가 쌓인 것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미국심장협회(AHA)는 고혈압 관리에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권장하며 성인은 일주일에 최소 150분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 또는 75분의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목표로 할 것을 권한다. 빠르게 걷기처럼 특별한 장비가 필요 없는 운동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며 유산소 운동과 저항운동을 함께 구성하는 방법도 좋다. 예를 들어 평일 오후나 저녁 식사 전후 자신이 꾸준히 지킬 수 있는 시간에 30분 정도 빠르게 걷고 이를 주 5회 반복하면 주 150분을 채울 수 있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달리기나 고강도 운동부터 시작할 필요도 없다. 처음에는 걷기나 실내 자전거처럼 강도를 조절하기 쉬운 운동부터 시작해 조금씩 늘리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아침에만 운동할 수 있는 사람이 ‘저녁이 더 좋다’는 이유로 운동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은 선택이다. 아침 운동 역시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된다. 시간 선택이 자유롭다면 오후~초저녁 운동을 시도해볼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가장 꾸준하게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을 선택하는 것이 우선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