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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으면 왜 ‘배’부터 아플까… 뇌보다 위·장이 먼저 반응하는 이유

이은송 에디터 조회수  

온라인커뮤니티-7

머리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배까지 내려간다… ‘뇌-장 축’이라는 연결망

시험을 앞두면 배가 살살 아프고 중요한 면접 직전에는 화장실부터 찾는다. 직장에서 크게 신경 쓸 일이 생긴 날에는 평소 잘 먹던 음식인데도 체한 것처럼 속이 답답해지기도 한다. 이런 현상의 중심에는 뇌-장 축(gut-brain axis)이 있다. 뇌와 위·장은 서로 떨어진 기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율신경계와 미주신경,장신경계,호르몬,면역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특히 소화관에는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대한 신경망인 장신경계가 자리 잡고 있어 장을 흔히 ‘제2의 뇌’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는 머릿속 생각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뇌가 불안과 긴장,분노 같은 상황을 위협으로 판단하면 그 신호가 자율신경계를 통해 소화기관에도 전달된다. 반대로 장에서 발생한 신호 역시 뇌로 전달될 수 있다. 우리가 ‘스트레스 받아서 배가 아프다’고 표현하는 현상은 사실 뇌와 장 사이에서 벌어지는 실제 생리적 반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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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받는 순간 몸은 ‘소화’보다 위기 대응을 먼저 선택한다

갑자기 위험한 상황을 마주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우리 몸에 가장 중요한 일은 천천히 밥을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다. 뇌가 스트레스를 감지하면 교감신경계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HPA축)이 활성화되면서 코르티솔을 비롯한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의 분비가 달라진다. 심박수가 올라가고 몸이 긴장하는 동시에 소화기관의 운동과 분비,혈류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문제는 현대인의 스트레스가 맹수를 만나는 것처럼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업무와 인간관계,경제적 걱정처럼 며칠 또는 몇 달 동안 반복되는 스트레스가 많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 식욕이 달라지고 소화가 불편해지거나 복부 팽만과 배변 습관 변화가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즉 스트레스 상황에서 위와 장이 이상해지는 것은 소화기관이 갑자기 약해져서가 아니라 몸 전체가 ‘먹고 소화하는 상태’에서 ‘위협에 대응하는 상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소화 기능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위에서는 ‘속쓰림·더부룩함·메스꺼움’… 평소보다 자극을 크게 느낀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날 “속이 뒤집힌다”는 표현을 쓰는 사람이 있다. 실제로 스트레스는 위장관의 운동과 감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내장 과민성(visceral hypersensitivity)이다. 위와 장에서 발생하는 자극을 뇌가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를 의미한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평소에는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않았던 위의 팽창이나 음식물 이동 같은 자극도 더부룩함이나 통증으로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위 내용물이 이동하는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조금만 먹어도 금방 배가 부르거나 메스꺼움과 명치 불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따라서 스트레스와 속쓰림의 관계를 단순히 ‘스트레스가 위산을 많이 만들어서’라고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위산뿐 아니라 위장 운동과 감각 민감도,자율신경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업무가 몰리는 기간만 되면 소화불량이 심해지는 사람이라면 먹은 음식만 볼 것이 아니라 그날의 긴장과 수면,스트레스 상태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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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에서는 더 빠르게 티가 난다… 화장실부터 찾게 되는 이유

스트레스가 장에 미치는 반응은 사람마다 꽤 극적으로 다르다. 어떤 사람은 중요한 일을 앞두면 갑자기 배에서 소리가 나고 복통과 함께 설사가 시작된다. 반대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며칠씩 변을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자율신경계와 스트레스 호르몬의 변화가 장 운동과 장 분비,내장 감각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서 대장의 움직임이 빨라지면 내용물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동하지 못하면서 급한 변의를 느끼거나 묽은 변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장 운동이 느려지는 사람에게서는 변비와 복부 팽만이 두드러질 수 있다.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에게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민성장증후군은 현재 단순한 ‘장이 약한 병’이 아니라 뇌와 장의 상호작용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라는 관점에서 이해되고 있다. 그래서 장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배가 아프고 설사와 변비가 반복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머리가 아니라 ‘배가 먼저’ 아프다고 느끼는 걸까

사실 스트레스는 머리에도 영향을 준다. 긴장성 두통과 편두통을 악화시키거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잠을 방해하기도 한다. 다만 위와 장에서는 변화가 복통,설사,변비,메스꺼움,속쓰림처럼 즉각적으로 알아차리기 쉬운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장은 음식물과 가스에 의해 하루에도 여러 차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기관이고 내부 자극을 감지하는 신경계가 발달해 있다. 여기에 스트레스로 내장 감각이 민감해지면 평소라면 그냥 지나갔을 자극도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 중요한 발표 직전에 갑자기 배가 아팠다가 발표가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지는 경험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머리를 거치지 않고 곧장 장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뇌가 먼저 스트레스를 감지하고 그 결과가 뇌-장 축을 통해 위와 장의 움직임과 감각 변화로 빠르게 표현되기 때문에 ‘배부터 반응한다’고 느끼는 것에 가깝다.

스트레스성 복통을 줄이려면 ‘장만’ 관리해서는 부족하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배가 아픈 사람이라면 맵고 기름진 음식과 과도한 카페인,음주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뇌에서 시작되는 스트레스 반응을 함께 낮춰야 한다. 식사는 급하게 몰아먹기보다 일정한 시간에 천천히 하고 잠들기 직전 과식을 피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날에는 산책처럼 가벼운 신체활동을 하고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커피를 여러 잔 마시면서 끼니를 거르고 저녁에 매운 음식과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습관은 예민해진 위장에 또 다른 부담을 더할 수 있다. 반대로 증상이 계속된다고 모든 복통을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는 것도 위험하다. 심한 복통이 지속되거나 혈변이나 검은변,반복적인 구토,원인 모를 체중 감소,빈혈 등이 동반된다면 진료를 통해 다른 질환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머리로 받았는데 배가 아픈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뇌와 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며 위와 장의 통증은 때로 몸이 보내는 가장 빠른 스트레스 신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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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송 에디터
lee@insightdail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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